도라온도랑이, 천상의 아미_우아한 JS (오랑 VER.)

나는 지금 공주님과 함께 연오개를 찾으러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는 택시에 타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돈을 주지 않았다면, 이 먼 거리를 걸어서 올 그녀였겠죠.
하지만 선불로 12만 5천 원을 주자, 그녀는 단숨에 사치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택시라니. 이 사치보다 더 무서운 건 지금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노골적인 시선입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이 새끼, 저 새끼, 변태 새끼!” 욕을 퍼붓던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내 지갑을 본 순간.
그녀는 욕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따뜻한 미소까지 지어 보이고 있네요.
모두 끊임없이 5만 원이 나오는 내 지갑 때문이겠죠? 그 사실이 왠지 씁쓸했습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그녀가 상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다 왔다~ 내리자, 오랑!”
고막을 바늘처럼 찌르던 그녀의 예민한 목소리는 어디 가고, 이젠 목소리가 간드러지기까지 합니다.
이중적인 그녀의 모습에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아이의 몸은 정말 불편합니다. 택시에서 내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니, 공주님이 부리나케 달려와 나를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정말 이 여자가 그때 편의점에서 문도 안 열어주던 그 여자 맞습니까? 어색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렇게 나를 안아 든 그녀는 티켓을 사기 위해 창구로 향했습니다.
“서울 티켓 하나 주세요.”
“6세 이하 아이는 안고 타셔야 돼요. 대신 요금은 없습니다.”
“7세 아이 티켓 주세요.”
공주님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단호하게 창구로 내밀었습니다.
매표원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굳이 아이 티켓을 살 필요가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겠죠. 하지만 공주님은 두 장의 티켓을 손에 쥔 채 행복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터미널 안에 있는 매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과자와 음료 몇 개를 샀습니다. 이상하게도, 모두 나를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평소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던 그녀였으니까요.
그녀가 이렇게 나에게 잘하는 이유?
간단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갑 때문이겠죠.
나는 사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녀는 먼저 과자를 샀습니다. 이 마음이 뻔히 보이니, 속이 상합니다.
아이스크림을 아무리 먹고 싶어도 절대 안 사주던 그녀가… 지금은 내가 말도 하기 전에 알아서 사주고 있네요.
내 것인데, 자기 것인 줄 아는 이서민.
나의 공주님. 나쁜 여자 같으니라고…
배차 시간이 조금 남아, 나는 그녀와 함께 휴게소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공주님이 과자 봉지를 뜯어 내게 내밀었습니다.
아부성이 짙은 행동. 머리가 어질하다 못해, 두통까지 밀려오네요.
이마저도 내 지갑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순간, 돈에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가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화를 낼 순 없었기에, 과자를 사정없이 씹어 먹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님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배고팠구나? 오랑~”
“예. 배고팠습니다. 아침도 안 먹었잖아요.”
내 말에 공주님이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갑자기 아이 목소리가 아닌 어른 목소리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같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혼냈겠지만, 지금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주변 눈치만 보고 있네요.
이마저도 내 지갑 때문이겠죠.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터미널 안은 한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님은 혹시라도 누군가 듣지는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안심하더군요.
“다행이다. 사람이 없어서. 그래도 다음부턴 조심해야 해.”
“네. 다음부턴 조심하죠, 공주님.”
정말,
내가 이세계 공부한 대로,
이곳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입니다.
사나운 야생 고양이 같던 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 잘 듣는 개처럼 변하다니.
매직에 가까운 변화.
바로 돈의 힘.
그리고 동시에 깨달은 나의 힘.
그래, 나는 이제 ‘갑’이다.
물론, 공주님에게 무례만 범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에 마음 한편이 후련했지만, 또 한편으론 아렸습니다.
처음부터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나는 그동안 상처를 수도 없이 받았었죠.
아무리 자비로운 신이라 해도 욕받이 신세로 함께하는 건 정말 고된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게 낫겠어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지갑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는 걸.
이제 공주님은 더 이상 나에게 무례한 말도, 거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마르지 않는 티라노사우르스 지갑’ 덕분이겠죠.
어쩌면…
그녀를 내 몸종으로 삼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생각은 그만해야겠습니다.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 척박한 인간 세상에 살고 있을 연오개를 구출하는 것.
나는 본질을 상기했습니다.
“공주님. 연오개를 찾으면 나머지 잔금을 드린다고 했죠?”
“응.”
“한 가지 요청이 더 있습니다.”
“뭔데? 설마 같이 지내자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서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돈의 힘이 통하지 않는 순간.
진짜 협상이 시작된 것이었죠.
아무래도 커다란 남자 둘과 원룸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럼, 그녀를 설득해야겠죠.
“투 룸으로 이사 가요. 대신 보증금은 낮추고 월세는 좀 비싼 곳으로 하죠. 하루에 뽑을 수 있는 돈의 액수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마르지 않는 지갑이라며?”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습니다. 어쩌면 일확천금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원한다면 더 많은 돈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 이서민이 사치하는 꼴을 절대 못 보겠거든요.
그래서 예외 조항을 급조한 것이죠.
역시나 그녀는 실망한 듯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하루에 뽑을 수 있는 한계가 얼마야?”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 나올까 봐
걱정되는 눈치였죠.
“25만 원입니다.”
“그럼 한 달에 750?”
연봉 1억에 가까운 돈. 그녀의 목소리가 파도치듯 떨렸습니다.
“아니요. 한 달에 500입니다.”
“아니, 왜?”
“은행 업무가 주 5일이잖아요.”
“그럼 공휴일이 끼면 더 줄어들겠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무척 실망한 듯 머릿속으로 휴일이 몇 개인지 계산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바뀌었죠.
“그래도 연봉 5천 이상은 되는 거네?”
그녀의 목소리는 기쁨에 넘쳐 잔뜩 떨리고 있었습니다. 연봉 10만 원짜리 허접한 웹소설 작가였던 그녀에게 연봉 5천만 원은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겠죠.
“대박이다, 오랑! 그럼 매일 25만 원씩 뽑는 거야?”
나는 잠시 대답을 미뤘습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현명할지 고민이 필요했죠.
그리고 나 역시 계산에 돌입했습니다.
- 연오개와 나의 생활비 각 100만 원씩 → 200만 원
- 투 룸 보증금 적고 월세 높은 곳 → 100만 원
- 공주의 신성을 회복하는 데 드는 잡지출 → 50만 원
- 세 명이 이동할 장기 렌터카 → 50만 원
총합 400만 원.
아뿔싸.
그럼 남는 돈은 100만 원.
이게 공주에게 주는 인건비.
한 달에 100만 원으로 그녀가 내 일을 할까?
하루에 5시간 일하고 100만 원 넘게 벌었던 그녀.
이럴 바엔 차라리 고구마를 깎겠다고 하지 않을까?
큰일입니다. 재수정이 필요했습니다.
연오개와 나의 생활비를 조금 줄여 50만 원을 추가했습니다.
그러면 공주의 월급은 150만 원.
이제 승산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임을 떠나, 그녀가 거절하지 못할 비책이 있거든요.
“공주님, 혹시 연오개에 대한 기억은 없나요?”
“아니, 없어. 그런데 며칠 전에 꿈에서 봤어. 연오개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 사람이 맞다면, 대박이더라.”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공주님이 말한 것은 예지몽.
그녀는 신성이 0%에 가까운 여자입니다.
그런데 예지몽을 꿨다니…?
만약 그녀가 신성을 조금이라도 깨운다면, 그 능력이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번 임무, 성공할 수 있겠군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를 일꾼으로 계약하는 것.
“공주님, 연오개를 찾는 일처럼 제가 시키는 일을 하면 월 15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뭐? 500이 아니고?”
이 여자, 날 완전 은행으로 봤군요.
내 지갑에서 나오는 500만 원이 모두 자기 돈이 될 거라고 착각하는 이 오만함이라니…
내 신의 능력으로 창조한 지갑은,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입니다.
모두 줄 순 없죠.
제가 돈이 곧 힘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으니까요.
“미쳤어요? 제 돈입니다. 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공금입니다. 사적 재화가 아니에요.”
내 말에 이서민은 실망한 듯 낯빛이 어두워졌습니다. 머릿속으로 사치로 날린 서울행 버스 티켓 두 장을 후회하고 있겠죠?
“한 달이면, 한 달 내내 일하는 거야?”
“아니요. 한 달에 딱 3건의 사건만 해결하면 됩니다.”
“사건 해결? 그게 뭐야?”
“저도 몰라요. 다만, 천상계에서 임무가 내려오면 그때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이서민은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아마 생각보다는 계산을 하고 있겠죠.
자신이 손해를 보는지, 이 계약이 이득인지 따져보는 중이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좋아. 150에 할게. 하지만 1년 계약이야. 내년엔 다시 협상하자.”
“네, 그러죠. 내년엔 월급을 2배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월 300만 원.”
“거짓말 아니지?”
“전 신입니다.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이서민의 광대가 하늘 높이 올라갔습니다.
아마도 기쁨에 넘쳐서 그랬겠죠.
하지만…
그녀는 모릅니다.
나는 신이라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금 한 말은 내 인간성 50%가 한 말이었습니다.
즉, 그 50%의 인간성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죠.
나는 이서민이 내 돈으로 사치하며 행복해하는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은 내 인간성 50%의 마음이겠죠.
만약 내가 신성이 100%였다면, 그녀에게 모든 걸 내어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인간성 50%를 가진 신.
그래서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모든 걸 주기 싫습니다.삐딱해진 나.
속으로 음흉하게 웃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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