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신의 능력을 사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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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온도랑이, 천상의 아미

나는 지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신의 능력 10% 때문이죠.

신의 능력은 오직 신만이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사용할 때, 아무도 보면 안 된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인간들은 그걸 보면 안 되는 거죠.

그 이유는 바로 우주의 법칙 때문입니다.

신의 세계의 법칙과 인간 세계의 법칙은 다릅니다. 이 두 세계의 힘은 서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인간계의 물리 세계에서 신의 힘은 그 물리력을 아주 쉽게 파괴해 버립니다.

마법이니 도술이니 신비한 힘이니 하는 것들은 판타지 세계에서나 나올 이야기일 뿐, 이 인간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힘들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인간들의 세상이니까요. 벌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니까요.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인간들은 그런 신비한 힘들이 실재한다는 걸 영혼으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혼은 한때 천상계에 살았던 존재입니다. 그래서 천상의 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죠. 하지만 지금의 인간들은 그 힘을 직접 보고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상상 속 이야기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천기누설이라, 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튼, 인간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세계라고 부릅니다. 어리석게도 자신들 또한 그곳에서 왔다는 걸 모르고 말이죠. 한때 천상의 영혼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그저 애달프게 살고 있는 것뿐인데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에게는 인간계가 이세계입니다. 나는 천상계 사람이니까요.

아무튼 천상계는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입니다. 마법과 판타지가 가득한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그립다. 훌쩍.”

밤이 깊어지자, 나는 잠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이 비참한 생활을 끝내기 위해 신의 능력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몰래 하려다 보니,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 기묘한 느낌. 혹시나 인간인 이서민이 보고 있을까 봐,
나는 그녀를 몰래 살폈습니다.

역시나, 나의 공주님. 그녀는 아름답지 못한 자세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를 골고 있더군요.

백사운드로 코 고는 소리가 울리는데도 나는 그녀를 왜 확인했던 걸까요? 

이건 아마, 그만큼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워야 한다는 심리 때문일 겁니다.

천상계였다면, 누가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능력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정말 고달프군요. 이 인간세계는.

그리고 가슴속 깊이 올라오는 억울함.

‘왜 육체노동은 내가 했는데 그녀가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걸까?’ 알 수가 없습니다.

가슴속에서 울화가 불끈 치밀었지만, 꾹 참고 눌렀습니다.

나는 신이니까요. 신은 자비로워야 하니까요.

이제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졌습니다. 나의 신의 능력을 사용할 완벽한 순간.

하지만 그 전에, 확실한 계획부터 세워야 했습니다. 인간계에서 내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문제는…
내 뇌에 이식된 이세계 가이드북이 대체 언제 적 데이터인지 완전히 구닥다리라는 것입니다.

MZ세대?
생소한 용어입니다.

밈이니 트렌드니 하는 것들은 천상계에서 정보를 수집할 틈도 없이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겠죠.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간 세상입니다.

인간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많은 경험 없이도 빠르게 파악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인터넷 검색.

빠르게 변하는 인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이보다 좋은 도구는 없을 겁니다.

나는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레 이서민의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낮추고, 혹시나 빛 때문에 그녀가 깰까 싶어 아침에 입었던 원피스를 가져와 치마로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아이의 몸이라 충분히 여유가 있어 완벽하게 가려졌죠.

다시 말하지만, 인간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건 아포칼립스 시대에서 살아남는 생존기와도 같습니다.

자, 일단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

옷, 먹을 것, 잠자리. 이 셋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옷은 이미 있고, 잠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며, 먹을 것도 이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이토록 돈을 벌려고 애쓰는 걸까요?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아, 돈이구나.

그래서 그녀가 그토록 짜게 굴었던 것이고, 나를 돈 버는 기계로 만들어버린 거였군요.

이 세계에서는 돈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가 없습니다. 이서민이 자는 방,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전부 다 돈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이죠. 나중엔 숨 쉬는 공기조차 돈 주고 사야 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제야 그녀가 왜 나에게 그렇게 악랄하게 군 건지 이해가 됐습니다. 잠시 그녀를 생각하며 애잔함이 밀려왔습니다.

역시 이곳은 지옥이 맞습니다. 3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세 시간에 걸쳐 인간 사회 시스템, 특히 경제 구조를 조사했습니다. 이 세계는 돈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심지어 신처럼 살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세상에, 돈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믿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어쩌면 이서민의 신성이 제로로 떨어진 이유도 돈 때문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녀는 말끝마다 돈 아끼자고 했고, 말끝마다 돈타령을 했으니까요.

이런… 나는 그동안 신성이 제로가 된 원인을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데이트를 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던 나, 그런 내 순진한 계획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바보 같은 놈…” 나는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속삭이는 또 다른 목소리. ‘결국 돈만 주면 그녀의 신성이 회복된다는 거잖아.’

이제 모든 원인 분석이 끝났습니다. 나는 이서민의 신성을 회복할 해법을 찾았습니다.

돈만 있으면 됩니다! 처음부터 데이트 같은 건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억울한 건 왜일까요?
아마도, 3년 동안 천상계에 보낼 수 있는 메시지 3번 중 2번을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써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데이트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체 왜 내가 어른으로 변해, 고구마 껍질이나 깎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던 걸까요? 억울함에 마음속 깊이 하울링을 외쳐봤습니다.

이제 내 신의 능력을 사용할 때입니다. 내게 남아 있는 신의 능력은 10%. 이 10%의 힘으로
내가 필요한 물건들을 창조할 겁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성 측정 키트.
    이서민의 신성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2. 영혼 디텍터 엘로드.
    서울 어딘가에서 고생하고 있을 연오개를 찾기 위해 필요합니다.
  3. 돈이 무한히 나오는 지갑.
    이 세계에서 가장 필수적인 도구죠.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나는 완벽히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연오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이서민의 신성을 40%까지 회복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3년 뒤, 반드시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겠죠.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뵤!”

하지만 창조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특히 내가 창조하려는 물건들은 이 세계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라 더더욱 어렵습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내 몸속의 차크라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러자 단전, 가슴, 백회혈, 그리고 제3의 눈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의 에너지가 충만해질 때, 나는 머릿속으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세 가지 물건을 구체적으로 그려봤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멋지고,
가장 완벽한 형태로 말이죠.

이대로만 창조된다면, 그야말로 천상의 물건이 될 겁니다.

나는 설렘을 품고 온몸의 에너지를 손끝으로 전달했습니다.

그 순간,
손과 맞닿은 사차원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틈 사이로 중간계에 떠도는 신의 물질이 손끝으로 모여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물질은 준비됐습니다. 이제, 성형 작업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이 작업은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집중도를 요구하는 이 작업에서 나는 무아의 경지에 들었습니다.

파밧!
엄청난 에너지가 손끝에서 폭발했습니다.

용광로 속에서 주물이 탄생하듯, 내가 필요로 했던 물건들이 하나둘 모습을 갖춰갔습니다.

신의 물질이 형상을 만들고, 이 세계에 떠도는 분자들이 모여들어 내가 원하는 물건으로 변해갔습니다.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방바닥에 떨어진 세 가지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 이서민의 노트북 불빛을 비췄습니다.

신성 레벨 측정 키트, 엘로드, 그리고 돈이 무한히 나오는 지갑.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게 왜 이렇게 허접하지?”

신성 측정 키트는 마치 조악한 금형으로 만든 장난감처럼 보였고, 엘로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값싼 막대기처럼 싸구려 티가 났습니다. 지갑엔 공룡 캐릭터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죠.

“내 아포칼립스 생존 필수 키트가 이런 쓰레기 같은 비주얼이라니?”

나는 한참 동안 내가 창조한 물건들을 들여다보며 부정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빈민가 쓰레기통에서나 나올 법한 수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천 원짜리로 팔 법한 퀄리티.

“아니야!!!!!!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니야!”

신의 능력 10%가 고작 이런 수준이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나는 다시 한 번 차크라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며
손끝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창조된 물건.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유희왕 카드?”

손에 든 것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카드였습니다. 그 이름은… 카오스 솔저.

“…뭐지?”

내 몸이 지금 아이로 변해서 이런 게 나온 걸까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 카드를 집어던졌습니다. “애도 아니고, 이런 게 왜 나와?”

그래, 어쩌면 내 창조물이 조악한 이유는 지금 내 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른으로 변하면 신의 능력을 쓸 수 없다는 점이죠.

결국 내가 만들어내는 창조물은 모두 이런 허접한 퀄리티가 될 겁니다.

“제길…”

이서민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겠다고 천상계에 ‘어른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과거의 내가 싫어집니다.

그래도, 만들어졌으니 다행입니다. 우선 신성 측정 키트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내 신성을 체크해봤습니다.

50%.
정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공주님의 신성을 측정할 차례입니다. 나는 잠든 이서민에게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미간 위쪽, 제3의 눈 부분에 측정 키트를 가져다댔습니다.

결과는…

신성 0%.
그럼 그렇죠. 내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그녀의 신성은 제로였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 창조물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내 생존의 핵심 아이템, 공룡 캐릭터가 그려진 지갑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5만 원권 한 장.

나는 지폐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갑 안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또 한 장의 지폐가 생겼습니다.

“역시, 나란 남자. 똑똑하다.”

돈이 마르지 않는 지갑. 이거 하나면 인간계에서 못 할 게 없습니다.

이제 모든 게 완벽히 준비됐습니다. 이제부터는 미션 클리어를 향해 나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나는 많은 고민 끝에 3년 동안 천상계에 보낼 수 있는 메시지 3번 중 단 한 번 남은 마지막 기회를 쓰기로 했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 못 쓰게 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두 번 다시 고구마 껍질을 깎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주님은, 내가 돈이 많아도 알바를 시킬 악독한 여자니까요.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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