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공주님의 사랑을 회복하는 10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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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온 도라이: 천상의 아미

일단 공주님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그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이루고 싶은 ‘100가지 리스트’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를 통해 남자와의 사랑에서 행복과 기쁨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하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와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에게 어떻게 남자와 데이트를 시키라는 거죠?
이럴 때야말로 제 신의 능력이 필요한 순간인데, 안타깝게도 인간계에서는 이 능력을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힘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죠.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야말로 기적을 만드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그 전에 제 신의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천상계에 요청을 보내야 하는데… 발신 권한은 단 세 번 뿐. 그 황금 같은 기회를 지금 써야만 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 몸으론 절대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발신: 어린 공주 각성 미션 임무 수행자. 칠성 신군 소속 오랑 대위.
내용: 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율권을 요청합니다.
이유: 현재 어린 공주의 영혼을 담은 이서민의 신성이 0% 상태입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첫사랑의 실패와 데이트를 해 본 적 없는 처절한 한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용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지시죠? 공주님의 신성이 제로라니, 옥황상제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런데…
답신이 오질 않네요.

기다리고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천 년처럼 느껴졌죠.

그리고 마침내, 새벽 동이 틀 무렵 천상계에서 발신이 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메시지함을 열었더니…

<요청하신 사항은 불허합니다. 단, 하루에 한 번, 정확히 1시간만 허락합니다.
조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만 사용할 것. 추가로, 신의 능력은 100%가 아닌 50%로 제한합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왜 이렇게 답신이 늦었는지 알겠더군요.
옥황상제님께서 오랜 시간 고민하신 겁니다.
아무리 제가 염려할 일이 없다고 해도, 저를 믿지 못하신 거죠.
참… 치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옥황상제님도 딸 가진 평범한 아빠라는 사실엔 살짝 놀랐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50%의 신의 능력으로는 계획을 실행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하루에 어른으로 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뿐. 이걸로는 공주님의 ‘100가지 리스트’를 절대 충족할 수 없어요.

특히 별표로 표시된 ‘별 보며 캠핑하기’가 가장 난감합니다. 이건 반나절은 필요하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다만, 한 가지 기대할 점이 있습니다.
중요 리스트를 먼저 수행하면, 나머지 목록을 완료하기 전에 공주님의 신성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양보다 질이 우선이라는 뜻이죠.

이를 위해 저는 다시 한 번 천상계에 발신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제 발신 기회는 딱 한 번만 남게 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정말 중요한 순간에 메시지를 보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눈물을 삼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발신: 어린 공주 각성 미션 임무 수행자. 칠성 신군 소속 오랑 대위.
내용: 재요청합니다. 공주님의 데이트 조건 충족에 1시간은 부족합니다. 적어도 12시간 동안 신의 능력을 회복한 어른의 몸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절박합니다. 긴급히 고려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다시 답신을 받으려면 또 오랜 시간이 걸릴 테죠. 지친 몸을 눕히고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띵동!
수신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왜 이렇게 빨리 답신이 온 걸까요? 의아한 마음으로 메시지함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옥황상제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요구하신 요청 사항은 불허합니다. 대신 해가 뜨기 시작해 해가 지기 전까지만 어른의 몸이 되십시오. 또한, 신의 능력은 이때 제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이로 변했을 때는 신의 능력 10%를 상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 문자를 받은 후 정확히 1분 뒤에 재세팅이 시작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메시지를 읽고 정확히 1분이 지났을 때, 제 몸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떠오르며, 햇살과 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어우러져 환상의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공주님이 봤더라면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았을 텐데…’ 이런 생각에 살짝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제 저는 해가 뜨면 어른의 몸으로, 해가 지면 다시 아이의 몸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하루의 절반은 어른, 나머지 절반은 아이로 살아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걱정이 밀려옵니다.

‘낮에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공주님과 데이트할 시간이 제대로 확보될까?’

제 능력을 제한한 이유가 상제님의 불필요한 의심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공주님을 어떻게 해볼 거라고 생각하시다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이번 임무에 회의감이 듭니다. 왜 하필 저를 지목하신 걸까요?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 하나.
공주님이 천구(하늘의 구슬)를 깨뜨렸던 그 사건에서, 저는 운 좋게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관련된 모두가 인간계로 추방당했지만, 저는 예외였습니다.

물론 신분 강등이라는 처벌은 받았지만, 인간계로 내려간 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호의호식을 누린 셈이죠. 솔직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상제님께서 이 임무를 저에게 주신 건 그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주님의 신성을 회복시키고, 그때 인간계로 추방된 공주님의 호위대를 다시 찾으라는 명령이겠죠.
이미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더군요.

신성이 제로 상태인 데다 괄괄한 성격을 가진 공주님을 데리고 호위대를 찾으러 다닌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극악의 미션입니다.

옥황상제님다운 디테일한 설계죠. 미션 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저를 일부러 아이로 만든 것도 치밀한 그림입니다.
아이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보다 자존심이 상해도 포기할 수 없게 만든겁니다. 그야말로 상제님의 큰 그림에 당한 셈입니다.


드디어 제 몸을 되찾았습니다. 힘도 세지고 민첩함도 돌아왔습니다. 이제 더는 공주님에게 아이스크림 껍데기 까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어요. 기쁨에 젖어 제 몸을 훑어보았죠.

‘완벽하다!’
그런데…

‘왜 한 곳은 어른으로 되돌아오지 않은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마음에 혼란이 가득 찼습니다.

당혹스러움에 하늘을 향해 외쳤습니다. “옥황상제, 이건 너무하신 겁니다!”

허탈한 마음에 침대 옆에 주저앉았습니다.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하셔야 했던 거죠?”

자존심까지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큰 키와 자존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자존심을 선택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자존심은 남자의 자신감과 자부심 그 자체니까요. 그런데 이제 상제님께서 제 자존심을 원래대로 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낙담한 마음으로 몸을 살짝 어루만지며 생각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공주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랑, 지금 뭐 해? 또 변태짓하고 있는 거야?”

순간 당황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래, 변태는 아니지만 네가 변태라 한다면 난 변태로 살겠다.’

결국 이 생각이 제 입으로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맞아요. 내 소중한 걸 만지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 것이니까요.”

공주님은 기가 차다는 듯 말했습니다. “설마 그 짓 하려고 어른으로 돌아온 거야?”

공주님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려는 제 노력은 알아주지도 않고, 눈을 뜨자마자 변태 취급부터 하는 공주님.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단지 제 원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되돌아왔을 뿐입니다. 뭐, 실컷 변태짓이나 하려고요.”

분노와 자포자기 속에 이렇게 내뱉고 공주님께 몸을 돌리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스로를 파괴하지 마라. 네 작아진 자존심을 공주가 알게 된다면, 그녀는 네 영혼까지 파괴할 것이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공주님이 만약 그 사실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천상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비웃음과 조롱을 견뎌야 할 게 분명했습니다.

공주님은 신성이 제로인 데다, 거칠고 험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여자입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모성애나 인류애 같은 따뜻함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행거 옆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공주님의 홈드레스를 하나 꺼내 입었습니다.
옷이 꽉 끼었지만, 중요한 건 가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휴, 천만다행이다.’ 속으로 안도하며 공주님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저, 다시 어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공주님.”

그 순간, 폭신한 베개가 제 얼굴로 날아왔습니다. 이어 공주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죠.

“나가! 당장 나가라고! 이 변태 잡신아!”

저는 공주님에게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돈도 없이, 꽉 끼는 홈드레스 차림으로. 저는 복도에 기대어 앉은 채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내 처지가 너무 구슬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나… 너무 처량하다.”

하지만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차피 아이로 변하면 공주님은 문을 열어줄 테니까요. 그때,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건물로 들어오고 있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3층까지 올라온 남자는 제가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더군요.

저는 망설임 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아내한테 쫓겨났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질 않네요.”

그 남자는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배시시 웃었습니다. “그래요?”

“혹시, 여기 사십니까?”

“예, 301호에 삽니다.”

“아, 이웃이시군요! 저는 여기 302호입니다.”

이때부터 제 목소리는 엄청 커졌습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301호 이웃님! 우리 마누라가 삐쳐서 절 쫓아내고 문을 열어주질 않네요! 새벽에 색다르게 아내 옷을 입어봤다가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여보! 이서민 씨! 잘못했으니 문 좀 열어주세요! 여보님, 마누라님!”

제 목소리는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을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삐리리리-
도어락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이웃 남자에게 눈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공주님이 보였습니다. 눈빛은 칼날 같았고,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무섭다…’

공주님의 모습에 저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신성을 되찾는 임무는 시작부터 암담했고, 그녀의 마음을 돌릴 자신도 없었습니다.

“공주님… 저기.. 저…”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차갑게 외면하고 몸을 돌리는 공주님을 보며, 저는 멍하니 중얼거렸습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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