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온도라이, 천상의 아미 (오랑VER)
1. 벚꽃 구경하기(X)
2. 커플 사진 찍기(X)
3. 카페 데이트(X)
4. 영화 데이트(X)
5. 놀이공원 데이트(X)
6. 기념일 챙기기(X)
7. 커플 용품 맞추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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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앉아서(O)
100. 2박 3일 쉬지 않고(O)
이게 뭔지 궁금하시겠죠? 공주님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100가지’ 리스트입니다. 남의 정보를 몰래 훔쳐보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하지만 저는 절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공주님의 컴퓨터를 뒤졌습니다.

이서민은 나의 공주님이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부정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인간으로 환생한 이서민일 뿐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녀의 신성이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몸 안에 공주님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상태죠. 그러니 그녀는 나의 공주님이 아닙니다.
이제야 모든 게 명확해졌습니다. 왜 그녀가 욕설을 내뱉고, 포악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서민의 내면에 조금이라도 어린 공주의 영혼이 깨어 있었다면, 그녀는 절대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그녀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과도 같습니다.
인류를 구원해야 할 천상계의 어린 공주라면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죠. 그녀는 제 몸과 영혼을 불살라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녀는 이렇게 마음의 빗장을 굳게 잠가버린 걸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저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컴퓨터를 뒤지기로 했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공주님의 본래 영혼을 깨우지 않는다면, 저의 3년 뒤 미래도, 천상계로의 복귀도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나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연화와 4살 아이의 몸으로 해후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그래서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서민에 대해 더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녀의 컴퓨터를 탐색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사진 폴더를 발견했습니다. 혹시 그늘지거나 어두운 사진은 없는지 살펴봤지만, 모두 잇몸을 드러내며 밝게 웃는 사진들뿐이었습니다. 사진들만 놓고 보자면, 그녀는 밝고 씩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겪은 어떤 사건이 그녀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단서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새벽 3시가 되었습니다. 제 몸은 아이의 몸이라 더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의 피곤함이 제게는 사치였습니다. 3년 후 미래를 잃는 것보다는 지금의 피로가 훨씬 나으니까요.
아이의 몸으로 천상으로 올라갈 생각을 다시 하니 온몸이 오싹해지네요.
그녀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커뮤니티 가입 흔적도 없고, 즐겨찾기마저 전부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위한 사이트뿐이었습니다. 쇼핑도 하지 않고, SNS 활동도 거의 없는 듯 보였습니다.
대체 그녀는 무엇을 하며 살아온 걸까요?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스친 생각. ‘아, 맞다. 그녀가 웹소설을 쓴다고 했지?’
글은 지문과 같습니다. 글만큼 한 사람을 나타내는 것은 없습니다. 글쓴이의 철학, 살아온 방식, 삶의 경험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요. 주저 없이 그녀가 쓴 웹소설 플랫폼에 접속했습니다. 첫 화부터 꼼꼼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곧 포기했습니다.
서툴고 투박하고 거칠고 촌스럽고 볼품없는 글이었습니다. 이 수준이면 제 중학교 시절 에세이만도 못했습니다. 대체 왜 재능도 없으면서 글을 쓰는데 집착했을까요?
계속해서 탐색한 결과, 그녀의 최초 이야기인 “바탈스톤”이라는 웹툰 시나리오를 발견했습니다. 시나리오는 꽤 볼만했습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웹소설로 전향했을까요? 아마도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치기 어린 그녀의 도전에 쓴웃음부터 나왔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못해 시나리오 작가에서 웹소설 작가로 전향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팔리지 않는 글을 쓰는 삶 때문인지 그녀의 마음의 문도 닫혔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의 문이 닫힌 걸까요? 조금 더 알아봐야 겠어요. 저는 그녀의 하드를 조금 더 깊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그녀의 코고는 소리가 멈춰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멈췄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여전히 꿈속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녀가 계속 코를 고는 게 제게는 평온한 시간입니다.

안심을 한 저는 다시 컴퓨터를 뒤지다 하드디스크에서 이상한 폴더를 발견했습니다.
폴더 이름은 “좋은 것”. 무언가 촉이 왔습니다. 폴더를 열어보니, 이름에 맞게 그녀의 취향이 담긴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꽃, 시, 나무, 동물, 웃긴 짤, 그리고 “내 최애들”이라는 폴더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내 최애들” 폴더를 열어보니 워드 파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셋쇼마루와 뜨거운 밤을,
존 스노우는 출렁이는 것을 좋아해,
김신의 크고 아름다운 것,
게롤트는 사실 밤에만 얀데레,
존 콘스탄틴의 엉덩이는 딱딱하다.
저는 그 워드 파일을 하나하나 클릭해 읽어보았습니다. 모두 공주님이 직접 쓴 로맨스 웹소설이었고, 안타깝게도 모두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이 소설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공주님 자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그녀의 판타지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설 속 남주인공들은 모두 공주님이 창조한 캐릭터가 아닌, 이미 창조된 가상의 인물들이었습니다. ‘셋쇼마루’는 만화 ‘이누야샤’의 빌런, ‘존 스노우’는 소설 ‘왕좌의 게임’의 히어로, ‘김신’은 드라마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 ‘게롤트’는 게임 캐릭터, ‘존 콘스탄틴’은 영화 ‘콘스탄틴’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요? 제 추측으로는 공주님이 현실 속 남자와의 로맨스를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신, 안전한 가상의 캐릭터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것이죠.
고심에 빠졌습니다. 왜 공주님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 그러다 며칠 전 그녀가 털어놓았던 첫사랑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녀를 이용하고 버린 첫사랑. 그것이 공주님의 상상력과 무의식을 어떻게 병들게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 상처 때문에 공주님은 현실 속 사람과의 사랑은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소설들은 그녀가 논산에 온 뒤에 쓰기 시작한 작품들입니다. 이건 기형적인 관계 지향성을 드러내는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공주님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공주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특유의 잠버릇대로 두 팔을 위로 뻗고 두 다리는 쫙 벌린 채 입을 벌리고 자고 있었습니다. 이 천진난만한 모습 속에 담긴 깊은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첫사랑의 실패가 그녀의 신성을 제로로 만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계속 탐색했습니다. 그러다 하나의 메모장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파일 이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agnik.txt’였습니다.
메모장은 무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끄적거리는 곳이니까요. 이 파일을 열어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진실한 사랑이란.
사랑은 내가 사랑하지 않아도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사랑이야.
사랑은 내가 널 이용한다고 해도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사랑이야.
사랑은 내가 널 죽인다 해도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사랑이야.
H가 내게 우주만큼 사랑한다며 해준 말.

이건 뭐죠? 이 끔찍한 말들은 대체 무엇입니까? 이건 사랑이 아닙니다. 악마의 가스라이팅입니다. 설마 공주님이 이런 말을 진실한 사랑으로 믿었던 걸까요?
하아~ 이런… 한숨부터 나오네요.
이런 맹목적인 사랑의 개념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첫사랑을 시작했으니, 그녀의 무의식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저 말을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릅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악마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 무의식이 병들지 않을 수 없었겠죠. 큰일입니다.
무의식의 병은 치유하기 어렵습니다. 무의식은 무의식으로 치유해야 합니다. 이는 고난도의 정신적 행위로, 잘못 접근하면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공주님을 각성시키지 못하면 저 또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모든 것을 종합해 보니, 공주님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 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첫사랑조차 제대로 된 사랑의 경험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첫사랑에게 상처를 받았으니 그녀가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건 당연합니다.
그녀가 저를 처음 봤을 때 변태라고 소리를 질렀던 이유도, 매사에 저를 경계하며 공격적으로 대했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일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른 남자로 있을 때보다 아이일 때 그녀가 저에게 더 유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이유를 알았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찾아야겠죠. 제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문제를 이해한 이상,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까요.
드디어 저는 제 원래의 몸으로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너무 기쁩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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