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불가능한 로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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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온도라이-천상의 아미

사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모든 우주의 만물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처럼, 그래도 내 인생에 작은 변화가 있기는 했다. 엄마 집에서 빈대 붙어 살다,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한 것. 

이것 말고는 딱히 내 인생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어떻게 3년을 버텼는지,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눈물 뿐이다. 

희망은 여전히 없었다. 그저 나는 작은 방 한 칸에 몸을 밍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그냥 소진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사람은 몸이 편해지면 잡념이 많아진다. 혹자는 그 잡념에 창의력을 덧대어 위대한 것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내 잡념은 날 갉아먹기만 했다.

어쩌면 나는 살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혹사시켰는지도 모른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만큼 내게는 우울증 약보다 더 효과있는 건 없었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어냈다. 그래도 울지 않는 날은 없었다. 

과거는 과거일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남들 말대로 그냥 흘려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맞다. 현명한 것이다. 어차피 과거니 얽매지 말고 깨끗이 잊은 다음 새 삶을 사는 게 이롭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나는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합 5년이 지났다. 세상은 내가 겪은 불행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듯, 술 마시고 무심결에 내가 뱉은 말에, 또 내 아픔을 공감했던 친구들은 내가 겪은 불행을 종횡마처럼 여기저기 퍼 날랐다. 내가 겪은 바보같은 일을 모두가 알게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시선은 항상 비슷했다. 나보고 또라이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저런 일을 당하고도 어떻게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나?’라는 시선이었다. 

어느날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나는 더이상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는 것,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언제나 혼자일 때 했다.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존재다. 특히 여기는 비교 대상의 소재거리일 뿐이었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네 라는 위안의 도구였다. ‘힘내’라는 말은 가식이었다. 그들은 비교하고 희열을 느꼈다. 

내 마음은 다 타고 남은 재 같았고, 그마저도 바람에 날아가 황량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웃었다. 무의미한 5년을 보내고 내 나이 이제 계란 한 판, 쓸데 없이 일에 인생을 낭비한다고 생각했는지, 팀장이 지나가는 말로 내 심기를 건드렸다. 

“미스 리. 아직 나이도 어리고 창창한데 다른 직장 알아봐. 여긴 여자가 일하기 힘들어.”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난.. 

“아뇨. 괜찮아요. 나는 죽일 년이니 벌 받아야죠.”

내 말에 팀장은 한심하다는듯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이고. 진짜. 네가 나쁜 거냐? 그놈이 나쁜 거지. 왜 벌을 네가 받아. 왜 스스로 벌을 주냐고…”

또, 같은 레퍼토리다. 나는 내 과거를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에게 상상의 여지 조차 주지 말았어야 했다. 

팀장님의 말에 나는 그대로 입을 닫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내 무언의 말에 팀장님은 눈치를 살피다 결국 곁을 떠났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며, 나를 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나는 죽일 년이니 벌을 받아야 한다.’ 이 자학이 어쩌면 나를 그나마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른다. ‘나쁜 일을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리고 그 벌은 끝이 없는 듯 보였다.

아침 파트타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볍게 샤워를 마친 후 바로 잠이 들었다. 무지막지한 노동으로 학대한 내 육신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대략 3시간 정도면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고 알람을 맞췄다. 역시 고단한 노동은 수면제였다.

시간은 절대배신을 하지 않기에 정확히 3시간 후에 알람이 울렸다. 나는 훈련된 파블로프의 개처럼 번쩍 눈을 떴다. 

그러나, 습관처럼 눈을 떴을 뿐 이내 다시 잠에 들었다. 이럴거면 4시간 뒤에 울리게 맞춰놀 걸.. 언제나, 불안함은 나를 이렇게 좀 먹는다. 

개가 웃는다. 개가 춤을 춘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상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같이 웃고 같이 춤을 췄다. 세상에 그렇게 해맑을 수 없다. 이런 비현실을 꿈속에서는 절대 알아채지 못한다.  눈을 뜨고 현실을 인지한 순간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보통 꿈은 단편적이거나, 상징으로 이루어진 이미지의 나열이다. 그런데 이 꿈은 문맥이 있었다. 나는 커다란 개를 안고 숲길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개와 같이 왈츠를 추었다. 정말 멋진 그림이었다. 너무 행복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때 개가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러면서…

개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니다. 분명 개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게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꿈이 그렇다. 

아무튼 나는 내 창의력을 꿈으로 나타낸 번뜩이는 아이디어라 생각해 꿈의 내용을 처음부터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꿈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러니 적어놔야 한다. 

이렇게 새 하루가 시작되었다. 딱히 할 일 이 없었던 나는 그대로 망상에 빠졌다. 나는 망상가다. 

망상가와 몽상가. 둘 다 상상을 한다는 게 비슷하지만 결은 완전히 다르다. 망상은 왜곡이지만 몽상은 예술이다. 망상은 정신병이지만, 몽상은 창조적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렇게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나는 과대망상가이다. 나는 몽상가가 되지 못한다. 내 현실은 내 상상을 절대 사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상상은 언제나 유일하게 내 현실을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절대 현실로 만들 수 없는 상상이었다. 

이를테면, 나는 지구에 떨어진 천상계 공주 같은 허무맹랑한 상상이었다. 그래도 이때만큼은 즐거웠다. 그렇게 망상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며 철처히 잉여모드로 살아가는 게 내 인생이었다. 이때만큼은 나를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망상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순간 내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치고 나왔다. 

혹시… 로또? 이런, 이러면 대박인데?

곧바로 인터넷으로 꿈해몽을 찾아봤다. 내가 이렇게 로또 꿈인 걸 확신한 데에는 그 사기꾼 땡중이 말한 3년이 지난 후, 꾼 첫 꿈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꿈은 미래의 일을 예지해 주기도 한다 했다. 어쩌면 내 인생의 나락이 끝날 시점에 하늘에서 내게 어떤 계시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고생 끝이라 했으니, 분명 로또 꿈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꿈해몽을 훑어보던 나는 이 꿈이 개꿈이라는 걸 알아냈다. 역시 잉여 인간이라서 그런가? 꿈도 쓸데없는 꿈을 꾸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로또꿈이라는 데 너무 많은 기대를 걸어 에너지 소비가 컸던 것인지 배가 고파졌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생존해야 하니 보내는 신호 메커니즘이다. 몸은 이렇게 정직하다. 하지만 생각은 왜 그렇지 못하는 걸까?

아무튼 먹어야 산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처먹어야 살지. 박 먹자~” 중얼거리고는 밥통 뚜껑을 열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밥은 없었다. 밥을 하기 귀찮아 운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지가 서러워 흘리는 눈물이었다. 

밥 대신 반찬이라고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빈 냉장고는 텅 빈 내 마음처럼 스산했다. 뭐 하러 사는지 모르겠다. 

신이 내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못 산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현실에선 절대 시간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오직 망상 속에서만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만약 내가 회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로 돌아가 그 놈의 사타구니를 확 걷어 차 불구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미련 때문일까? 잊지 못해서? 그럴 리가… 나는 꽤 이성적인 여자다. 겨우 그딴 스토리로 내가 이렇게 힘들고 억울해하지 않는다. 

내가 힘든 데에는 아름답게 쓰이던 내 인생의 이야기에 까막 먹물을 들이부어 오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원인이 그 놈에게 있으니 나는 분노와 증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 잊을 수 없다. 나는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 

“네 몰락을 지켜보겠다! 쓰레기야!” 

그렇게 외치고는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이 나를 휘감았다. 온몸이 떨렸다. 

나를 잃어버리는 듯했다. 이 감정을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언가 바꿔야 할 것만 같았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나는 무너질 것이다. 내 영혼의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듯한 느낌은 나를 숨막히게 만든다. 

이래서 내가 고된 육체노동을 부러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이렇게 생각의 늪에 빠지니, 살기 위해서 하는 생존의 자학이다. 

@팔, 정말 처절하다, 못해 구질구질하다. 빌어먹을 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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