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온도라이, 천상의 아미

(오랑 VER.)
새벽녘, 공주님의 소중한 소지품 근처에서 놀다 실수로 벌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공주님께 무척 혼나고 베개 세례를 받은 후, 저는 머리를 식히며 왜 그 일이 문제가 되었는지 이해하려 노력했죠.
공주님께서 욕실로 들어가신 사이, 그녀의 스마트폰을 살짝 빌려 검색을 해봤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런 제목들이 리서칭이 되었습니다.
<애인이 물건 냄새 맡다가 걸리면 어떡할 거야?>
<고시원 남자애가 내 물건 냄새 맡다가 걸림.>
<여대 주변 원룸에서 빨래 냄새 맡다 ‘딱’ 걸린 회사원>
<음식 배달하러 왔다가 혼자 사는 여성 물건 냄새 맡는 ‘변태 배달원’>
<밑에 누나 물건 냄새 맡다가 걸린 사람입니다.>
제목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천상계에서 온 몸이기에 인간 사회의 세세한 규칙까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곳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깨달았죠.
저는 본능적으로 저지른 작은 실수가 공주님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천상계에선 큰 문제가 아니었을 행동이 여기선 잘못일 수도 있구나,” 라고 반성하며, 앞으로 공주님께 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주님은 그날 이후로 제게 무척 단호하셨습니다. 처음 저를 대하던 부드럽고 따뜻한 태도는 사라지고, 대신 약간의 거리감과 경계가 느껴졌죠.
제 잘못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저를 매번 신경질적으로 대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팠습니다.
어느 날, 공주님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인간 세계의 디저트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지만, 그녀는 기다리다 지친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뭐 먹을 건데? 그만 고민해. 시간 없어.”
저는 진열장 앞에서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천상계에서는 손만 대면 맛을 알 수 있었는데, 인간 세상은 모든 것이 신비롭고 선택의 폭이 넓었습니다.
딸기 맛일까? 초코 맛일까? 고민이 끝이 없었죠. 하지만 공주님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딸기 아이스크림을 골랐습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공주님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공주님은 무척 피곤해 보였고, 제가 먹는 모습에 짧은 한숨을 쉬셨습니다. 저는 그녀의 피로를 덜어드리고 싶어 말을 건넸습니다.
“공주님,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맛있다니요! 감사합니다.”
“그래, 맛있으면 다행이네. 근데 두 번은 없어. 지금 내 살림도 힘들어.”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저는 아이스크림의 맛에 만족하며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주님이 저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갑자기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봐? 무슨 문제 있어?”
“아닙니다. 그냥 공주님께 감사해서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뒤 저를 깊게 응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의 눈빛에서 미묘한 감정이 엿보였지만, 제가 그것을 읽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근처에서 산책하던 한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제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습니다.
“어머! 아기 너무 귀엽다. 어이구, 우쭈쭈쭈쭈.”
그녀의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목소리에 잠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 가슴이 사정없이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그녀의 상반신의 진동 때문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떨림은 제 손을 그녀의 상반신 쪽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철처히 이성이 배제된 채 본능에 이끌리고 있었던 겁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상반신에 손을 댄 순간 어디선가 손이 날아와 제 멱살을 잡았습니다. 나의 공주님이셨습니다.
또 화를 내고 계신 건데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제 머릿속에 내장된 ‘이세계 가이드 북을 뒤지기 시작했을 때, 날카로운 공주님의 목소리가 제 귀를 파고들었습니다.
“너, 이 자식. 정말 혼날래?”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나 더 놀란 것은 내 얼굴을 감싸 쥐고 있던 여자였습니다. 그녀가 당황해하며 공주님께 말했습니다.
“어머니, 괜찮아요. 아이가 모르고 만진 건데, 그렇게 화내면 아이가 놀라잖아요.”
저는 순간 이게 이 모든 난관을 벗어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채워진 기력 에너지를 모두 짜 내어 아이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죠.
“으아아아앙, 엄마 무셔워. 그르지 마. 잘 못했져. 엄마껀 줄 알고 만지고 싶었다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공주님도 제 임기응변에 어떤 대책을 세울지 몰라해 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그때, 다시 여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가, 울지 마. 엄마가 그렇게 무서웠어? 누나는 괜찮아요.”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주님이 자리에서 번개처럼 일어나셨습니다.
“그만하시죠! 이 아이는 제 책임입니다. 불필요한 간섭은 삼가 주세요.”
여성은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습니다. 공주님의 단호한 태도는 저를 보호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습니다.
이것 말고 나는 또다른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분명 나의 행동이 공주님을 난처하게 했다는 것을요. 즉, 어떻게 보면 제게도 약간의 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어쩌면 지금까지 받았던 모멸, 그리고 비난. 그 모든 것을 되갚아줄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공주님도 분명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을 겁니다. 나를 데리고 다는 데 앞으로 생길 난처한 일들을 말이죠. 그 모든 수치는 공주님의 몫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나의 공주님에서 나의 어머니로 바꿀 작정이니까요.
제가 나름 천상계에서 엘리트였듯 인간계에서도 이렇게 똑똑할 수 없네요. 잠시 이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주눅이 들었지만 이렇게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 대견합니다.
저는 이 기세를 몰아 공주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어머니, 화나셨습니까? 하지만 저도 본능적으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니까요.”
그런데, 내 말에도 공주님은 경멸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만 보았을 뿐,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 머릿속에서 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걸 직감한 나는, 왜 이리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속으로 웃어봅니다.
‘그래, 공주님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면 내가 그 이미지에 맞춰줘야지. 어차피 아무리 설명해도 날 믿어주지 않을 거니까. 이런 식으로 딱 3년만 참자.’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다시는 여자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았습니다. 혹여 누가 들었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내 멱살을 잡더니 조곤조곤 속삭였습니다.

“너, 일부러 그런 거지? 그건 나쁜 짓이야. 몸을 이용해서 원하는 걸 얻으려는 생각은, 나랑 사는 동안엔 절대 하지 마. 이건 마지막 경고야.”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것보다 이 조용한 경고가 훨씬 무서웠습니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눈알을 굴리다가, 편의점 알바생이 창문 너머로 우리를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다시 울음을 터뜨려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교활한 공주님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내 입가를 살짝 닦아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눈치 빠른 여자입니다. 분명 자상한 어머니 흉내를 내는 것이겠죠? 그녀의 행동에 나는 또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계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역할인지, 그리고 그 역할이야말로 나에게 축복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나는, 나를 아이로 바꾸라는 옥황상제의 결정을 속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이 세계에서의 삶이 꽤나 재미있고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상하게 웃음이 끊이질 않네요…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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