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미스터리한 무단침입자, 운명적 사랑으로 심장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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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온도라이, 천상의 아미

아름다운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걸겠소. 내가 남자라면 당장 이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긴 흑발을 지닌 무단 침입녀의 잠자는 모습은 내 성 정체성에 교란을 줄 정도였다.

그걸 증명하듯 내 심장은 사정없이 쿵쾅거렸고 동공마저 풀려버렸다. 게다가 전신이 붉게 타올랐고 땀까지 나고 있었다.

위험하다. 완벽해서…

저 여자의 사주는 도화살과 홍염살로 가득한 것 같다. 사주에 도화나 홍염이 있으면 이성은 물론 동성까지 홀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치명적인 신살이 저 여자에게는 모두 채워진 듯 죽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나는 즉시 고개를 돌려 몸을 훑어보았다. 이불로 꽁꽁 싸매 몸매를 볼 순 없었지만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매끄럽고 윤기 나는 종아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확실히 준비된 여자다. 왁싱을 한 듯 솜털 하나 없었다.

아름다운 아프로디테, 미의 여신도 울고 갈 천상의 여신이다.

부럽다. 질투 난다. 하지만 좋다.

키 160 간신히 넘는 짜리 몽땅한 난 자괴감에 사로잡혔지만 그래도 좋았다.

예쁜 것이란 이런 것일까? 꽃을 보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예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이제야 왜 남자들이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이 순간만큼은 남자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순간 눈물이 나와 볼을 타고 흘렀다. 명작을 보고 감동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태어난 이래로 본 적이 없다.

참, 신은 불공평하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이 여자와는 운명이 분명할 터… 하지만 난 여자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고 구슬피 울어 본다.

운명 같은 만남인 무단 침입 그녀는 여자이기에 나와 사랑을 할 수 없다. 나는 죽어도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걸 초월하는 게 진실한 사랑이겠지만, 난 남자와의 연애는 포기 못한다. 절대로…

요즘 들어 마가 낀 것 같다. 3년 전 스님이 말한 시간의 공백이 지나고 내게 하늘 같은 기회가 두 번이나 왔지만 모두 불발이다.

대체 하늘은 내게 어떤 인연을 맺어 주시려고 이리 하시는 걸까?

연애하고 싶다고!!

제기랄… 다음 생엔 꼭 큰 남자로 태어나 수많은 여자들을 사귀고 다니겠다. 아님 여신 같은 여자로 태어나 수많은 남자들을 홀리고 다니겠다. 삐뚤어질 테다!

제대로 연애 한 번 못한 욕구불만 때문일까? 아름다운 무단침입녀에 대한 감정은 분노로 바뀌었고, 하늘에 대고 주먹질이라도 하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건 침대 길이 180을 넘어선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기럭지. 추측상 무단침입녀의 키는 190cm 정도였다.

본능적으로 나의 직감이 발동되었고, 매의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던 중 방심한 채 삐쳐 나온 코털 하나를 발견했다. 길고 굵었다.

나… 남자? 분명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다량 분비의 결과인데, 왠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아닐 거야. 여자가 맞아야 해. 저 미모에 남자라면 그는 신이야.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야.’

당황하는 내 자아의 목소리에 또 다른 자아가 속삭였다.

‘뭘 그렇게 심각해? 확인해 보면 되잖아. 너도 참 웃긴다.’

‘시끄러. 꺼져.’

나는 다른 자아를 쫓아내고 아직 성별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녀가 가슴에 꽉 끌어안고 있는 이불을 걷으려 했다. 하지만 이불은 마치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듯 빠지지 않았다.

‘이런… 가슴이 확실한데…’

‘바보야. 아래를 확인하는 게 더 확실하지? 가슴 없는 여자도 있을 수 있잖아.’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여자라도 미안한데, 남자라면 더욱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미스터리한 사람에게 정중하게 사과한 후, 그 사람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을 살짝 잡았다. 그런데 왜 심장부터 이렇게 두근거리는 걸까?

급기야 호흡이 곤란해지고 현기증이 일었다.

‘빨리 확인해. 언제까지 이럴 건데? 너 혹시 부끄럽니? 버진도 아니고 4년 전에 그놈한테 모든 걸 잃었잖아. 그때 다 해봤으면서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지금 울리는 목소리는 겁 없는 나의 자아였다. 하지만 난 확인을 해야 했다. 여자라면 쫓아내고, 남자라면… 경찰에 신고해야겠지. 왜 망설이는 걸까?

천천히 이불을 들어 올렸다.

허업!

숨이 막혔다.

이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새로운 인종, 홍인이 된 느낌이었다.

성별을 확인한 지금, 왜 이불을 다시 덮지 못하고 있는지…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확실히 남자였다. 어쩐지 떡대도 좋고 키도 컸다.

나는 그대로 이불을 내렸다..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세상 모르는 듯 자고 있었다. 다행이다.

만약 중간에 깼다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뻔한 일.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무단 침입한 남자에게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걸 생각하다니… 이건 뭐 역발상인가?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찾았다. 그런데 왜 그가 자는 머리맡 협탁에 있는 것인가?

천천히 살금살금, 혹시라도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드리울까 무릎으로 기었다. 이러는 내가 어질하다.

결국 다시 그의 얼굴 앞으로 다가가 협탁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는데, 왜 다시 도로 놓는 걸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무단침입을 한 남자가 분명한데…

그런데도 신고를 포기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금사빠였으니까. 그래서 도로 전화기를 내려놓은 것이다.

장담하건대, 그 누구라도 이곳에 있었다면 나와 같았을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그 정도로 치명적인 사람이다.

내 뇌에서 나온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은 내 판단력과 이성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몰상식하고 비현실적이며 무모함을 불러오는 사랑의 호르몬.

그러니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남자였다.

‘만져.’

‘뭐?’

‘머리카락 만지라고.’

‘아니, 왜?’

‘너 지금 저 남자 머리카락 만지고 싶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바보야? 내가 너잖아.’

그렇지. 모두 나지. 내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는 건 나니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털에 환장했다. 털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털이 많이 난 생물이라면 그냥 좋았다.

한 번은 내가 5살 때 사라진 것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온 식구가 나를 찾으러 동네방네 돌아다녔고, 결국 날 찾아낸 곳은 개집이었다.

엄마의 철칙 때문에 집 안에서 개를 키울 수 없게 된 나는 개 집으로 이사했다. 그 정도로 털을 좋아한다.

이상형도 털이 수북한 남자다. 털복숭이, 수염, 머리털… 아무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이가 들면서 밍크와 여우꼬리 같은 털은 좋아하지 않게 됐다. 사람에게 털을 제공하기 위해 고통받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절대 털을 부착한 옷은 사지 않았다.

털은 살아있는 생명에 붙어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귀신 확인, 성별 확인… 정신이 없었던 나는 사랑에 빠진 후에 그 남자의 머리카락에 온 마음이 가버렸다.

고양이 등을 쓰다듬을 때의 그 쾌감을 아는가? 부드럽고 포근하며 힐링되는 느낌.

그의 머리칼은 엘라스틴 그 자체였다. 벨벳, 비단, 마론인형 머리카락 같은 느낌.

내 빳빳한 머리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 아, 이 남자… 자꾸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남의 머리를 함부로 만지는 건 예의가 아닐뿐더러, 현대에는 범죄다.

나는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이성적인 여자지만, 왜 내 손은 그의 머리결로 향하고 있는 걸까?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보다 빠른 손이라니… 이걸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하는 걸까?

‘조금만 더 가까이.’

‘하지 마.’

‘다 끝났어.’

‘그만.’

‘털 좋아하잖아.’

‘응, 그래.’

남자의 머리칼과 내 손이 닿기 직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쓰다듬으면 계약이 되는 겁니다.”

머리칼에 집중되어 있던 내 눈을 돌리니, 자고 있던 남자가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시에 내 심장이 내려앉았다.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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